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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kgoodma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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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제작년도 : 1979년
 -제 작 자 : 이우석
 -제 작 사 : 동아수출공사
 -상영시간 : 100분  
 -감    독 : 석래명 
 -각    본 : 김지헌
 -촬    영 : 정일성
 -조    명 : 차정남  
 -편    집 : 김진태 
 -음    악 : 이철혁 
 -녹    음 : 손인호
 -개봉극장 : 단성사  
 -관람인원 : 16만명  
 -출    연 : 정윤희, 김자옥, 신성일, 문정숙, 문미봉, 고아라, (아역:이재진, 배승현), 김민규, 이예성, 전 숙, 길달호, 박부양, 김준식 

 
 

그해 여름.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끈적한 땀을 닦아내는 일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목을 적시던 야속한 비에
자꾸만 구석으로 몰리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게 더 버거웠다.
장마 끝의 화려한 휴가를 꿈꾸던 나는
처마 끝에서 국수 가락처럼 뽑아져 나오는 여전한 빗줄기를 보면서
차라리 서둘러 가을이 오기를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염없이 내릴 바에야 이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나는 여름이나 빨리 보내버려라!’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러 설악을 찾은 동원. 그는 예술적 한계에 부딪혀 괴로워한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 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섭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 최헌 ‘가을비 우산 속에’     
              

모든 것은 그녀 때문에
가을이 서둘러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만희 감독의 <만추>나 김기덕 감독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같은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한 영화’하는 지인들을 통해도 좀처럼 구하기가 어려운 작품들이라 TCM의 이혜정씨에게 부탁해 <가을비 우산 속에>를 얻어서 보았다.

동원에 대한 연민의 정이 서서히 사랑으로 변한다.


이브 몽땅의 중후한 저음이 매혹적인 ‘고엽’ 만큼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에’는 찰진 그리움과 휑한 미련을 잘 담아낸 노래다. 내 나이보다는 삼촌뻘 쯤의 세대들에게 더 애절하게 들릴 노래지만 이맘 때 이 만큼 술맛 나는 노래가 또 있으랴.     


영화 <가을비 우산 속에>는 제목처럼 ‘가을비’ ‘우산 속’에서 시작된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몇 번째 시리즈였나? <사랑하는 사람아 3>를 마지막으로 스크린을 떠났던 그녀가 30년 전의 탱탱한 얼굴로 노란 코트에 노란 우산을 들고 빗속에 서 있다. 결혼과 함께 일상 속으로 사라진 배우 정윤희. 압구정동의 어느 아파트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보통의 아줌마로 살아간다는 그녀. 1954년생이니 이제 그녀도 오십견을 앓는 나이가 되었다. 어린 내가 봐도 고귀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녀를 지금의 심은하나 김태희와 비슷한 배우라고 얘기한다면 20대의 영화마니아들에게 조금 이해가 될까(어린 영화마니아라니! 어른들이 이 글을 보면 나를 아주 주먹으로 내려치겠다).

정윤희가 출연한 영화를 몇 달 사이에 두 편이나(?) 보았다. 영화 속의 그녀는 70,80년대 최고의 여배우답게 우아한 분위기가 풍긴다. 몇년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렸던 ‘한국 영화 명배우 열전’의 주인공으로 그녀가 초대되었을 때 먼발치에서 잠깐 훔쳐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 게다가 지난 30여년간 한번도 그녀의 새 영화를 본적이 없으니, 감히 오십의 아줌마에게 여전히 가슴이 설레는 젊은 나를 용서하길...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여인 1 

석래명 감독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로 나타낸다.

나는 평생 교단에 서서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캠퍼스 곳곳에 피어오르는 낙엽 때문인지 설악산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나의 집 ‘설악장’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주인 없는 빈방에서 그림에 미쳐 죽어가고 있던 동원씨를 처음 본 순간. 그건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사랑이었을까? 한동안 내 머릿속에 그의 절규가 떠나지 않았다. 창가에 서서 구름과 안개가 몸을 섞는 산등성이를 바라보는 그를 보면서, 피 흘려 쓰러진 그에게 순결한 내 피를 수혈하면서, 나는 그를 사랑하리라 마음먹었다. 소식 없이 떠난 그의 자리에 우리 두 사람을 닮은 아이가 자라고 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남자
아내는 오늘도 화방엘 다녀와서 요즘 잘 나간다는 화백의 그림 한점을 사들고 와 나를 자극했다. 아내는 헌신적이고 착한 여자다. 아내는 나만큼이나 나의 재능을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아니 그릴 수 없었다. 설악장을 떠나 온 후, 선희에게 마지막 인사도 건네지 못한 그 날 이후로 그림은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한번쯤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 그녀 어머니의 말대로 좋은 남자와 잘 살고 있겠지. 올 가을에는 설악장을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여인 2

남편이 설악산에 다녀 온 후로 무척이나 밝아졌다. 무엇보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되찾은 것이 가장 기쁘다. 나는 그가 설악산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잘 알고 있다. 나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 모두 이런 순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은 나와 그녀 사이를 오간다. 내가 사랑했던 게 그였는지 그의 재능이었는지 이젠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를 욕할 수 있을까. 막연히 ‘우리 중 누군가는 먼저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그의 그림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어제 나는 설악장의 그녀를 만나고 왔다.    


7년 만에 설악장에 돌아온 동원. 그곳에서 자신을 아들을 키우며 홀로 사는 선희와 재회한다.



선희와 재회한 후 동원은 잃어버렸던 그림에 대한 열정을 되찾는다.



김자옥은 연기한 인물은 희생과 인내를 강요받는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한 남자와 두 여자에게서 태어난 어린 아이들. 두 아이의 천진한 웃음과 그들의 부모가 끝내 치유하지 못했던 상처가 오버랩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미지와 색으로 통속의 한계를 벗어난 영화
솔직히 2009년의 우리가 1970년대 멜로영화를 보면서 <오아시스>나 <파이란> 같은 파격과 처절한 감동을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이다. 멜로야말로 이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씨가 마를 때까지 써먹은 장르가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원치 않는 이별로 가슴 아파하다가 끝내는 두 사람 사이에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어떤 운명의 동아줄(예를 들면, 여자가 몰래 낳은 아이)이 이어져 있었다더라. 그래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는 멜로영화 공식에서 벗어났던 작품이 얼마나 될까.

동원 역의 신성일

<가을비 우산 속에> 역시 우리가 익히 봐왔던 이야기의 수순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사랑을 핑계로 7년을 그렇게 허송세월한 여자나, 남편의 옛 여자의 존재를 알면서도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남편을 보내는 여자나,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척 하면서 희희낙락 하는 남자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이야기의 껍데기는 이렇다.

그러나 <가을비 우산 속에>는 스토리가 중요한 멜로영화가 아니다(스토리마저도 괜찮았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가을’과 ‘사랑’이라는 두 개의 화두를 완벽하리만큼 아름다운 구도에 담아낸 故 정일성 촬영감독의 영상과, 인물의 심리를 스크린 위에 그대로 심어 놓은 석래명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다. 정일성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인물과 배경을 회화적인 구도로 포착한다. 신성일이 머물던 설악장 주변의 자연풍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원경과 근경이 뚜렷하고, 특히 계곡과 산등성이 사이를 흐르는 안개와 구름은 자연과 속세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커다란 강처럼 무한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산의 풍경과 주인공 정윤희의 노랗고, 파랗고, 빨간 원색의 의상도 대조를 이루는 듯하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신성일, 정윤희, 김자옥

선희 역의 정윤희

다른 멜로영화들이 이야기의 전형과 통속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면 <가을비 우산 속에>는 배경과 인물의 구도, 이미지와 색을 활용해 거기서 벗어난다. 석래명 감독은 최고의 여배우 정윤희와 <쉬리>와 <서편제>를 모르는 우리 할머니도 잘 아는 배우 신성일, 이젠 어엿한 안방의 중견이 된 김자옥, 이 세 사람과 정일성의 카메라만으로 서울에서 단관 개봉해 1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가을비 우산 속에>는 중년 관객들의 기억에 몇 개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 정윤희는 스크린을 떠난 지 오래고, 신성일은 이제 할아버지다. 김자옥은 주말드라마에서 푼수(?)끼를 풍기는 엄마가 되어있다. 뭐 그럼 또 어떤가? 가을비 우산 속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을에 반드시 들어야 할 노래 중 하나고, 이제 나는 뭔가 허술하고 투박해도 '추억'이라는 양념만 곁들여 있으면 좋아라 웃는 완전 아저씨가 되었는걸...... 


p.s.
불경기 따위는 개의치 않고 눈치도 없이 주말과 공휴일 틈새에 턱하니 끼어 찾아온 추석. IMF 이래 최대의 경기침체로 무거워진 어깨가, 그래도 한가위 보름달 앞에서 활짝 펴지기를 기대했던 나.  벌써 10월 중순이다. 여름날에 잃어버린 이야기들이 내 가슴 속에 아직도 이렇게 처연한데 가을에 대해서 얘기해도 될까. 가을에 젖어 봐도 괜찮은 걸까. 아니. 열심히 살아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이제는 노란 우산을 접어야겠다. 



 

Posted by jkgoodma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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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dtaxi.tistory.com BlogIcon redtaxi 2009.10.30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이런 고전을...
    있는지도 몰랐던 영화네요~
    하여튼 정윤희님의 빛나는 외모는 세월을 뛰어 넘으시는 군요!^^

  2. Favicon of https://jkgoodman.tistory.com BlogIcon jkgoodman7 2009.10.30 2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히트작을 모르시다니...하여간 정윤희씨의 저 미모는 김태희도 근접불가죠? ^^

  3. Favicon of https://yrryuii64tstorycom.tistory.com BlogIcon jhgffddo98 2016.10.03 0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두모르게깝치고있어정윤희의비오는영화하면우요일아니겟씁니까

  4. Favicon of https://yrryuii64tstorycom.tistory.com BlogIcon jhgffddo98 2016.10.03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래재목이나업어갈려는
    이런영화에고전이왼말이냐

  5. Favicon of https://yrryuii64tstorycom.tistory.com BlogIcon jhgffddo98 2016.10.03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래재목이나업어갈려는
    이런영화에고전이왼말이냐


▶감독 : 이창동
▶출연 : 전도연, 송강호, 조영진, 김영재, 오만석
▶스페셜 피처 : 음성해설, 메이킹 필름, 예고편
감독 인터뷰, 삭제장면, 미니 다큐

 

언어 : 국어
자막 : 한글, 영어
사운드 : DD 5.1, DD 2.0
화면비 : 2.35:1 아나몰픽
디스크 : 2장, 듀얼 레이어
관람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41분
출시 : 아트 서비스



이창동은 나쁘다. 해체된 가족, 잃어버린 미래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그린 <초록 물고기>는 당시 보기 드문 느와르의 묘미를 한국적 정서로 잘 풀어낸 수작이었다. 소설가 출신의 늦깎이 데뷔작이었으니 그 정도의 슬픔은 아름다운 여운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쁜 감독 이창동
2년 뒤 <박하사탕>이 개봉되었다. 1970년대 말부터 세기말까지 거세된 역사의 중심에서 가해자이자 희생자로 불운한 생을 마친 남자 김영호 이야기. 아마 이 작품에서부터 이창동이 본색을 드러낸 것 같다. 슬픈 운명의 주인공치고는 너무나 파렴치한 그에게 나는 어떤 동정이나 비난도 내비칠 수 없었다. 그저 서럽고 또 서러워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도 전에 극장을 뛰쳐나왔던 기억이 그를 미워하게 된 첫 시작이었다. 잔인하리만치 사실적이면서 다분히 영화적인 그의 연출은 20세기를 그렇게 잔인하게 벗겨버렸다.

 그의 영화에는 가슴을 찢는 서러운 감동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드는 나쁜(?) 힘이 있었다. 겨우 딱지가 생길만 하면 나도 모르게 상처를 긁어 덧나게 하던 어린 시절처럼, 힘들지만 다시 그의 영화를 손꼽아 기다리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박하사탕>으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를 순회하던 이창동 감독의 마지막 코멘트는 “다음 영화는 즐겁고 따뜻한 사랑 영화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오아시스>가 나왔다. 이 시대의 트라우마이자 동시에 페르소나인 ‘영호와 순임’을 그는 다시 ‘종두와 공주’라는 이름으로 되살려냈다. 나는 그의 잔인한 사랑 이야기에 다시 한 번 울었다. 그때 알았다. 이창동은 <초록 물고기>, 아니 각본과 조감독을 맡았던 <그 섬에 가고 싶다>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때부터 아주 나쁜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좋은 감독 이창동

그래서 나는 이창동이 좋다. 그의 이야기는 앨빈 토플러의 경제학 이론이나 대학 초년에 의무감으로 읽었던 그 어떤 미학책보다 재미있고 솔직하다. 그는 고통은 고통이고, 기쁨은 기쁨이며,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수사는 사족이요,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족쇄다. 나는 꾸미지 않는 그의 솔직함 속에서 종종 ‘너 자신에게만은 거짓말 하지 말라’는 애정 어린 충고를 듣는다. 그는 가르치지 않고 배우게 하고, 속삭이지 않고 느끼게 하는 참 신기한 재주를 가졌다.

 그래서 그냥 “<밀양>은 이창동의 영화다”라고 한 마디만 하면 <밀양>에 대해 할 말은 다 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절망이고, 희망이고, 죽음이고, 삶이고, 그리고 사랑인 게 바로 이창동 영화기 때문이다. 전도연과 송강호의 열연으로 칸에서 한국 여배우 최초로 팡파르를 울리던 날, 역사적인 순간을 중계방송조차 하지 않는 방송사를 원망하며 밤잠을 설치며 인터넷을 뒤졌다. 상은 전도연이 탔지만, 나는 축하는 이창동에게 했다. 어느새 이창동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앞으로 ‘이빠’(이창동 빠돌이)로 불려도 좋을 것 같다는 기쁨이었다.

 

영화의 처절함 스페셜 피처로 위로 받자

이렇게 낯간지러운 사랑 고백을 해놓고 2만7천500원짜리 DVD 타이틀이 퀄리티가 이러쿵저러쿵 하다는 얘기를 하자니 좀 뻘쭘하다. 하지만 이 얘기를 빼먹으면 지면 자체의 의미가 사라질 테니 짧게 감상기를 적는다.

화질과 음질은 141분을 한 장의 디스크에 담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멋도 없고 맛도 없는 게 이창동 영화의 영상이요, 사운드가 아니었던가. 그래도 예의 영화음악은 임팩트가 강한 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에 나왔던 <이창동 컬렉션> 세컨드 에디션 이후 작품해설에 물꼬를 튼 이창동 감독은 이번에도 음성해설에 참여했다. 음성해설은 영화평론가 이동진, 송강호, 전도연 등 감독, 평론가, 배우가 참여한 3색 버전과 김영진, 허문영이 참여한 평론가 버전 등 두 가지가 실렸다. 감독과 배우 중심의 자기고백적 내용들과 평론가들의 객관적 비평이 고루 어우러져 오랜만에 관객이 영화를 올곧게 풀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런 잔인한 영화에 재미있는 해설을 기대하는 게 무리겠지만, 영화를 보고 곱씹을 만한 게 한두 가지쯤 있었던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얘기가 제법 많다.

메이킹 필름은 전도연을 위한 것이다. 그가 어떻게 신애로 미쳐가는지, 칸의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전도욘~’을 외치게 되었는지 메이킹 필름이 낱낱이 보여준다. 영화 속 밀양 사람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밀양 사람들’은 진짜인지 연기인지 헷갈리게 했던 조연 배우들의 속내와 숨은 이야기다. 이밖에 감독이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나무 그늘에 앉아 나누는 영화 대담 ‘공감’, 귀하게 유쾌한 전도연과 송강호의 ‘미니 다큐’ 등이 실렸다. <밀양>의 스페셜 피처는 본편을 보며 쪼그라들었던 가슴과 어깨를 활짝 펴준다.





* 본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본 이미지의 권리는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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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국  프랑스
런닝타임  85분
감독  아벨 페리
출연  저스틴 블랭카이트, 니콜라스 지로드,
         라파엘 렌글레, 요한 리베루
국내개봉  9월 10일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이레인'(High Lane)은 북미 개봉판 제목을 가져다 쓴 것으로 영화의 오리지널 불어 제목은 'Vertige'다. 영어로 해석하면 dizziness 혹은 vertigo 정도로 해석되는데 이는 주인공들이 산 속에서 격는 두 가지 공포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두 가지 공포'라 함은 포스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듯 수백미터 높이의 기암절벽과 폭풍, 안개 등 대자연 앞에 떨궈진 주인공들의 일촉즉발 조난과 '미지의 존재'로부터 가해지는 치명적인 죽음의 위협이다.

이 영화는 발칸반도의 리스니야크산에서 지금까지 약 3,27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원인불명의 실종을 당했다는 기록을 모티브로 한다. 최근 들어 <호스텔> <뎀> 등 북유럽이나 동구권을 배경으로 여행자들의 실종을 다룬 작품들이 종종 발표되고 있는데, 이들과 마찬가지로 <하이 레인>은 실종이라는 팩트를 제외하면 내용의 대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이 레인>은 오프닝 이후 30여분 동안 굉장히 빠른 속도로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는데, 암벽 위의 공포는 '클리프행어'나 '버티칼 리미트'를 뛰어넘는 공포(?!)를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서 말한 '첫번째 대자연의 공포'는 합격점. 그러나 영화는  관객이 진짜 기대했던 두번째 공포가 시작되면서부터 장르의 공식에 갖혀 자신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 영화가 차용한 육감적 공포는 멀리는 '13일의 금요일' '텍사스 살인마' 가깝게는 '데드 캠프'의 그것과 아주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장르의 호러를 여럿 접한 이들에게는 눈에 익숙한 설정들 때문에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할 것 같다. 가장 큰 약점은 정작 '미지의 존재'가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부터 그간의 공포와 긴장감이 후루룩 날아간다는 점.

 

20자평 산에서 잘나가던 영화가 나중엔 진짜 '산으로 간다'

오락성 ★★★ 작품성 ★★☆ 공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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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1923-1999)는 일생동안 500여 편의 영화에 주, 조연으로 출연했다. 지금의 영화계 실정에 비교한다면 그가 출연한 ‘500’이라는 숫자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기록적인 수치지만 배우 김진규를 단순히 많은 작품에 출연한 인기배우라는 수사에 한정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숫자는 한국영화의 역사 속에서 그가 배우로서 얼마나 많은 자취와 성과를 남겼는지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징표로 받아들여야 한다.

평론가와 관객들이 흔히 거장이라 칭송하는 감독들의 대표작에는 김진규의 이름이 곧잘 등장한다. 홍성기의 59년작 <청춘극장>, 정창화의 <장희빈>, 유현목의 <오발탄> <잉여인간> <순교자>, 신상옥의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벙어리 삼룡이>, 김기영의 <하녀> <고려장> <렌의 애가>, 이만희의 <삼포가는 길>까지 거장들의 영화에 새겨진 김진규의 이름은 한국영화계에서 그가 얼마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으며 다양한 연기의 폭을 가진 배우였음을 증명한다.

조선연예주식회사의 연구생으로 들어간 김진규는 스무살 때부터 노래와 연기를 시작해 해방 전후 10여 년 간 무대생활을 했다. 영화가 아직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악극단의 공연 문화가 성황을 이루던 시기, 김진규는 동양극장에서 공연된 <살구꽃>이라는 작품으로 그의 연기 인생에 첫 발을 내딛고 해방 이후 배우 장동휘와 함께 극단을 설립하는 등 연극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천의 얼굴 속의 리얼리티

벙어리 삼룡이

벙어리 삼룡이

김진규의 영화 데뷔는 서른이 넘어서 이뤄졌다. 1954년 이강천 감독은 나운규의 ‘아리랑’을 50년대 시대상황으로 각색하여 만든 영화 <아리랑>이 흥행에 성공하자 이 작품의 시간적 연장선상에 있는 새로운 반공 영화를 준비했다. 4개월 간의 혹독한 촬영 끝에 완성된 <피아골>은 지리산에서 암약하는 빨치산들의 비극적인 생활과 이데올로기의 갈등, 극한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반공 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빨치산의 인간적인 모습과 내면적인 갈등을 잘 묘사해내 화제를 모았다. 허리춤까지 쌓인 눈과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해발 2천 미터의 겨울 지리산 자락을 돌아다니며 사실적이고 스케일 넘치는 영상을 선보인 <피아골>은 제 1회 청룡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해 영화배우로 첫 스크린 데뷔를 치른 연극 배우 김진규를 영화계의 새로운 유망주로 부각시켰다. 한편의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듬해에 <처녀별> <포화 속의 십자가> <옥단춘>등 서너 편의 영화에 동시에 주연으로 캐스팅 되면서 신인 배우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고뇌를 안은 스크린의 신사
한국영화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는 비교적 안정된 자본과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이 이뤄져 영화의 제작 편수도 1년에 200여 편까지 이르던 전성기였다. 스크린도 흑백에서 총천연색으로 변화하고 영화계의 흐름이 반공에서 문예영화로 이어지면서 예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촬영과 음악에도 높은 비중을 두어 외국의 대작 영화들에 관심을 쏠려있던 젊은 관객들과 지식인들의 눈이 한국영화로 옮겨지게 됐다.

삼포가는길

삼포가는길

김진규는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서 활동하던 배우였다. 그에게는 60-70년대 한국영화의 대표 배우로 활동하던 최무룡이나 신영균, 남궁원, 신성일 등 익히 알려진 미남 배우들과는 다른 이미지가 담겨있다. 그는 흔히 스타급 배우들이 주 무기로 삼던 섹슈얼리티나 남성적인 카리스마보다는 섬세하고 과묵한 내면연기와 선량하고 신사적인 분위기로 고뇌하는 지식인,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약자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신상옥 감독의 61년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김진규는 친구의 아내인 옥희 어머니를 사랑하게 되지만 마음 한번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떠나는 과묵하고 소심한 신사로 나온다. 이 작품에서 김진규가 보여준 정적인 내면 연기는 이전의 작품에서 넘지 못했던 과장된 연기를 털어 내고 새롭게 거듭났다는 평을 들었다.

섬세한 표정과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줄 아는 김진규는 유현목의 <오발탄> 신상옥의 <벙어리 삼용이> 등 걸작 영화들과 만나면서 점점 깊이를 더해 갔다. 특히 병든 사회와 뒤엉킨 운명 속에서 신음하는 <오발탄>의 송철호와 인생의 막장에 접어들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삼포 가는 길>의 정씨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배우 김진규를 쉽게 잊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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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kgoodma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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